투자 기초

스태그플레이션_교과서에서 배운 그 공식이 지금 깨지고 있다

livoro 2026. 4. 11. 18:09

PART 1. 이 단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경제 수업 시간에 분명히 배웠다. 필립스 곡선. 물가가 오르면 실업률이 내려가고, 물가가 내리면 실업률이 올라간다.

이 단순한 반비례 관계가 오랫동안 경제 정책의 기본 원리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이 공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물가도 오르고, 실업률도 오르고, 경기는 침체된 상황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TERM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경기 침체(Stagnation) +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경제는 안 좋은데 물가는 계속 오르는 상태.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죽고,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오르는 — 정책이 없는 상황.

그런데 지금, 2026년 봄 — 이 단어가 뉴스에서 매일 나오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고, 환율은 1,500원대에 고착화됐다.


PART 2. 1970년대,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나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73년 오일쇼크다.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유가가 단숨에 4배 폭등했다. 에너지 비용이 전 산업으로 번졌고, 물가는 치솟았다. 그런데 경기는 동시에 추락했다.

이때 각 자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도이치뱅크가 1970년대 10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있다.

자산 연평균 실질 수익률 흐름
원유 +24.4% 📈 폭등
+22.5% 📈 강세
+21.7% 📈 강세
10년물 국채 -1.2% 📉 손실
S&P500 (배당 포함) -1.4% 📉 손실

결과가 명확하다. 주식도, 채권도 모두 실질 손실이었다. 명목 수익률이 있어도 물가 상승분을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는 뜻이다. 반면 금, 은, 원자재 같은 실물 자산은 크게 올랐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경기 침체와 다르다. 보통의 침체라면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살리면 된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은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오르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죽는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다.


PART 3. 그 이후엔 어떻게 됐나 — 회복의 패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은 어떻게 끝났을까. 핵심은 한 사람이었다. 1979년 미국 연준 의장에 오른 폴 볼커(Paul Volcker)다.

  볼커의 선택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 당시로서도 충격적인 결단이었다. 단기적으로는 극심한 경기 침체가 왔고, 실업률이 10%를 넘었다.
인플레이션이 꺾이면서 1980년대 초부터 경기가 살아났고, 주식 시장은 역사적인 강세장을 시작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패턴이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회복기에는 어떤 자산이 좋았을까.

국면 특징 강한 자산
스태그플레이션 중 고물가 + 저성장 금, 원자재, 현금
물가 꺾이는 시점 금리 인하 시작 채권 가격 반등
회복기 진입 경기 반등 주식 강세장 시작

중요한 건 타이밍이 아니라 방향을 읽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중에는 실물 자산이 버팀목이 되고, 물가가 꺾이는 신호가 나오면 채권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그 이후 경기가 살아나면 주식이 강하게 반응한다. 이 순서가 1970년대~1980년대 초반에 실제로 나타난 흐름이다.


PART 4.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

2026년 지금 상황과 1970년대를 그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지금 직장인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과거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7회 연속 동결했다. 물가도 잡아야 하고 경기도 지켜야 하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정이다. 이 불확실한 시기에 섣부른 베팅보다 포트폴리오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 WRITER'S VIEW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필립스 곡선을 처음 배웠을 때, 솔직히 그냥 외웠다. 시험에 나오니까. 물가와 실업률이 반비례한다는 공식, 그리고 그 공식이 깨진 사례로 등장하는 스태그플레이션 — 그때는 역사 속 이야기였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묘하게 그 수업이 떠오른다. 유가가 오르고, 환율이 오르고, 그런데 경기가 좋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딱 그 패턴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방향을 지켜보는 쪽을 택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로 오느냐 아니냐보다, 물가가 꺾이는 신호가 언제 나오느냐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그 타이밍에 어디에 있느냐가 이후 회복기를 어떻게 타느냐를 결정할 것 같아서.